잠수함 도면 대만에 버젓이 돌아다닐 동안 당국은 뭐 했나[사설]

입력 2024-01-04 17:48   수정 2024-01-05 06:29

산업 기술 유출이 이어지고 있지만, 대비는 여전히 허술하기 짝이 없어 우려를 키운다.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개발한 수출형 잠수함 ‘DSME1400’의 2000쪽 분량 설계 도면이 대만에 통째로 유출된 사실이 드러난 과정을 보면 국가 핵심 안보 기술이 어떻게 이렇게 쉽게 넘어갈 수 있었는지 어이가 없다. 게다가 도면 유출 사실은 대만 국회의원이 한국 대만대표부에 제보하면서 드러났다. 국영 대만국제조선공사(CSBC)에서 대우조선해양의 잠수함 설계 도면이 돌아다니고 있다는 사실이 전문가들 사이에선 꽤 알려져 있었는데도 우리 당국과 회사는 대체 뭘 하고 있었나.

대만은 2016년부터 첫 자체 방어형 잠수함인 ‘IDS’ 사업을 추진해 지난해 9월 ‘하이쿤’ 1번함을 공개했다. 공정마다 한국인 전문가를 채용해 한국 기술이 하이쿤 개발에 상당 부분 활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업체가 오랜 기간 각고의 노력 끝에 확보한 잠수함 기술을 고스란히 바친 격이다. 대우조선해양 직원 두 명이 도면을 빼돌린 뒤 이직하고 이를 대만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는데, 국부를 유출하고 국가 안보를 뒤흔드는 매국적인 중대 범죄가 아닐 수 없다. 엄정한 수사를 통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첨단 기술은 개발 못지않게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만큼 산업 기술 보호에 역점을 두겠다는 국가정보원도 말로만이 아닌 실효적인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기술 유출 범죄는 갈수록 늘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2월부터 10월까지 해외 기술 유출 21건을 포함해 총 146건을 송치했다. 10년 만의 최대로, 지난해보다 75% 증가했다. 국정원 추산에 따르면 2018∼2022년 기술 유출로 우리 기업이 본 피해액은 25조원에 달한다. 무엇보다 솜방망이 처벌 관행을 뜯어고쳐 ‘발각돼도 남는 장사’라는 인식을 깨는 게 시급하다. 기술 유출 범죄 중 기소 비율이 20%에 그치고 실형은 10%에 불과한 실정이다. 기술 해외 유출에 대해 ‘경제스파이법’으로 간첩죄 수준으로 처벌하는 미국, ‘경제간첩죄’를 적용하는 대만 등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우리도 이런 엄벌로 기술 유출을 엄두 내지 못하도록 여야는 법적 근거를 하루빨리 마련하고, 법원은 양형 기준을 대폭 높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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